유진은 자신이 어쩌다 남의 우주선에 타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안 그래도 그의 기억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람을 납치했다며 황당해하는 몇몇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는 기억나지 않는 것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그와 한선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교통체증 속에서 몇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영양가 없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놀리고,...
겨우 얻어낸 일주일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는 잔뜩 화가 난 홍진을 볼 수 있었다. 두 친구를 앞에 앉혀 놓은 홍진이 투덜거렸다. 성과 장청은 실실 웃으면서 홍진이 찍힌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는 중이었다. 영상 속에는 샌드위치를 막 입에 넣으려던 홍진이 맞은편 벤치에 앉은 갈매기와 눈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샌드위치를 슬쩍 입에서 떼고 ...
뭐라도 하고 싶었다. 글은 조금이더라도 계속 쓰고 있다. 내가 공부했던 구비문학, 설화들을 기반으로 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짜는 데에 한창 맛이 들렸다. 물론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 댓글도 받아보고 싶고, 좋아요도 많이 눌렸으면 좋겠다. 조회수도 왕창 나와서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고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뭐 잘 되지는 않는다. ...
사월이 감은장과 만난 건 지구-57이었다. 지구-57은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어디서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지구-57에서는 굳이 할 것을 찾아 떠돌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기상천외한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때마다 찾아오는 영혼들이었다. 지구-57은 귀신이 보이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물론 이곳에 머물기 위해서는 ...
7월 한 달간 <길잡이를 위한 모든 것> 1부 2부를 무료로 공개합니다.(외전 제외) 무료 공개는 브릿G에서만 이루어지고, 포스타입은 무료공개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브릿G를 이용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포스타입에서 모든 회차를 무료-유료로 변환하는 게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라 부득이하게 그렇게 결정을 내리게 되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7월 3...
1. 관련 : 우주괴물관리부서-116 (XXXX.XX.XX.) 2. 위 호와 관련하여 영웅과에서는 붙임과 같이 상반기 괴물 처리 실적보고서를 제출합니다. 붙임. 괴물처리실적보고서 18부. 끝. * 아무도 궁금해 하지는 않겠지만, 중앙 지구에는 무려 ‘영웅과’라는 이름의 부서가 존재했다. 왜 이름도 거창하게 ‘영웅과’인가 하면 경로를 잘못 들어 남의 지구를 ...
성은 아침부터 죽상을 하고 식당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매일매일 밝은 얼굴로 택배를 기다리던 그답지 않았다. 홍진은 무슨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 잠시 내버려두었다가 점심이 되어서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그제야 개입을 결심했다. ‘결심’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가 단순한 하소연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성이 울적해보이면 득달...
“형, 진짜 올까?” “무조건 와.” 삼형제 중 막내는 작은형과 큰형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반복되는 이야기였으나 둘째는 질문하기를 그치지 않았고 첫째 또한 변함없는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그들은 기생형 외계인의 출입을 막기 위해 커다란 동물 탈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있었다. 첫째는 고양이, 둘째는 말, 셋째는 개다. 숨은 조금 막혔지만...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있다. 조금 지루해졌나 싶으면 다시금 생각나는 게 뜨개질이다. 어쩌다보니 올해는 벌써 여러 개를 완성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도 뜨개질을 했고 삶이 너무 평온할 때도 뜨개질을 했다. 뜨개구리 두 마리와 조끼 두 벌, 쁘띠 스카프 하나. 그 중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마이 페이보릿 띵즈 니트웨어의 베스트 ...
일하는 사람 외에는 모두가 잠든 시간, 몰래 방을 나온 장청과 홍진이 성의 방문을 두드렸다. 성이 수집한 예쁜 쓰레기 중 그나마 유용한 것 중 하나인 지구-1의 라디오를 함께 듣기 위해서였다. 몰래 듣는 이유는 단순했다. 김 교수가 어린이들은 일찍 자야 큰다며(그들이 어린이라는 말을 듣기에는 몹시 징그러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취침시간을 강제했기 때문이었다...
채전은 복잡한 우주선 정거장 내에서 길을 잃고 벌써 두 시간을 헤매는 중이었다. 아무리 이곳저곳을 살펴보아도 거대한 기둥들과 그 사이에 자리한 똑같은 모양의 우주선들 때문에 그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채전이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 이 빌어먹을 정거장에는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통 우주선 정거장을 이용하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던 60대 길잡이가 꿈속에서 도깨비에게 ‘줄’을 빼앗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길잡이는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접근한 도깨비에게 속아 순식간에 시계를 갈취 당했으며 비록 그 꿈의 주인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꿈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꿈으로부터 쫓겨나오게 되었다. 도깨비 사이에서도 주인이 아닌 사람의 ‘줄’을 빼앗아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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