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일기

알 수 없는 인생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있다. 조금 지루해졌나 싶으면 다시금 생각나는 게 뜨개질이다. 어쩌다보니 올해는 벌써 여러 개를 완성했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도 뜨개질을 했고 삶이 너무 평온할 때도 뜨개질을 했다. 뜨개구리 두 마리와 조끼 두 벌, 쁘띠 스카프 하나. 그 중 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다. 마이 페이보릿 띵즈 니트웨어의 베스트 ...

손염색실을 결국 들이게 되었다. 손염색실에 빠지면 답이 없다던데 끝내 손염색실의 세계까지 입문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고르고 골라 한 타래만으로도 스웨터 한 벌을 완성할 수 있는 레이스실 두 타래, 가볍게 작은 숄을 뜰 수 있는 양말실(핑거링 굵기) 두 타래만 구매했다. 사실 더 사고 싶은 걸 애써 참고 있다. 마음에 드는 걸 잔뜩 쟁여놓고 싶은 마음은 어...

드디어 애프리사이트를 완성했다. 뒤판과 앞판을 뜰 때까지만 해도 정말 기대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은데 완성하고나니 예쁘고 만족스럽고 행복하면서도 뭔가 그냥 그렇다. 사실 마무리를 그리 잘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인내심의 부족으로 마지막 소매를 뜰 때 생각없이 빠르게만 떴더니 왼쪽 소매와 오른쪽 소매의 크기가 달라져버렸다. 폭 차이는 몸통과 합체하면서 어떻...

손모아장갑은 귀엽고 예쁘다. 직접 만들기 때문에 손에 딱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 조절 방법을 잘 모르는 건지 장갑들이 묘하게 크다. 특히 엄지 갈라지는 부분이 자꾸 붕 떠버린다. 많은 뜨개인들이 유튜브에 올린 튜토리얼을 따라해보았지만 내가 준비한 실이 튜토리얼의 실보다 두꺼운 게 요인인 것 같다. 이제 와서 2합을 사...

지난 한 달간 너무 바빴던 것 같다. 이런저런 일로 뜨개질이든 글이든 손도 대지 못하고 1달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애프리사이트는 간신히 오른쪽 소매를 완성한 상태이다. 지루한 소매뜨기를 하던 중 문득 소품을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에서 한창 유행 중인 것 같은 이 라우루(?) 숄이 눈에 띄었고, 다들 쉽다고 하시길래... 하루만에 완성한다고 하시...

푸르시오

오늘은 사진이 없다. 사진을 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앞판 뒤판을 모두 연결한 후 거의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 아직도 소매를 완성하지 못했다. 소매 고무단까지 뜨고 무늬뜨기로 넘어갔다가 방금 풀어버렸다. 나는 롱테일이 아니라 튜블러 캐스트온이 정말 싫은데 또 해야 한다. 이유는 내가 멍청하기 때문이다. 뜨개질 과정에서 가장 두렵고 짜증나고 뜨개질에 대한 ...

길잡이 얘기 조금

지난달부터 시작한 애프리사이트 스웨터의 뒤판과 앞판을 드디어 합체했다. 이제 소매 두 개와 바느질만 남았다. 아직 세탁 전이라 그런지 썩 예뻐보이지는 않는다. 앞판의 목파임 부분을 만들 때 코막음이 예쁘게 안 되어서 목이 너무 너덜너덜해보인다. 나중에 코를 주워 목단을 뜰 때쯤에는 괜찮아지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지루한 시기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첫 코를 잡...

실을 사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바로 스와치를 내는 것이다. 사각형의 편물을 만들어 가로세로 게이지를 내는 과정은 도안과 실제 게이지를 비교하고, 편물의 수축을 계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다가올 편물 작업에 대한 기대를 더욱 고취시키기도 한다. 게이지를 모두 낸 후에는 다음 작업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려야 한다. 도안과 실제로 내 본 게이지가 ...

뜨개질 핑계로 헛소리하기

취미라고는 덕질뿐이었던 내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뜨개질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뜨개질에는 끝이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에는 끝이 있지만 뜨개질은 그 끝으로 가는 과정이 눈에 명확히 보이는 편이다. 시작만 잘 하면 소매분리까지는 순식간이고, 중간에 풀지만 않는다면 금세 몸통을 마무리하고 소매를 시작한다. 소매는...